자녀의 고민
자녀의 고민
자녀의 고민은 그들의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일일 수 있다.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바람직한 일에 그들의 정열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녀의 고민이나 비밀을 한 번쯤 들어본 부모는 하찮은 일에 고민하고 비밀스러워 하는 그들의 생각에 고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하고 괴로운 일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만 한 고민이나 비밀을 개괄적이나마 검토해 본다.
우선 신체상의 고민이나 비밀을 간직할 수 있다.
키가 큰 아이는 커서 걱정이고 작은 아이는 작아서 걱정이다. 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이요 걱정이다. 해결할 길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괴로워한다. 여드름이 많아도, 목소리가 굵어도, 심지어 손톱이 보기 싫게 생겼어도 이 모두가 고민이요 걱정이다. 거친 피부에 속을 태우고, 밝지 않고 산뜻하지 못한 얼굴에 환멸을 느끼며, 뚱뚱한 체격,빼빼한 몸매, 머리 색깔에 이르기까지 드러 내놓고 괴로워하지도 못하면서 걱정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그들은 한결같이 신체상의 외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청년기에는 골격 성장이 급격히 진행되어 피부 세포의 분열이 비교적 주춤한다. 따라서 피부는 엉성하고 매끈하지 못하다. 섭취하는 영양의 상당 부분을 골격 성장에 충당하기 때문에 먹어도 허전하고, 자고 또 자도 졸립기만 하다. 때로는 지나친 피로감을 느껴 혹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진단을 해 놓고 걱정하고 고민한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하는 비밀 아닌 비밀로 간직하며 괴로워한다. 괴로워하는 정도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알려 나쁠 것이 없는 평범한 일을 비밀로 간직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그들은 그렇게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든 성장 과정에서 겪는 일이다. 차분하고 자상한 타이름이 있어야 하겠다.
가정환경으로 인한 고민과 비밀이 있다.
가정이 잘 살아도 걱정이고, 못살아도 고민이다. 형제가 많으면 편애에 슬퍼하고, 없으면 외로움에 괴로워한다. 이룰 수 없는 현실을 비관하다 고민이 되며, 별것도 아닌 형제의 많고 적음이 남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로 발전한다. 공부방을 따로 가지고 있으면 콤팩트 인생에 외로움을 느끼고, 여러 형제가 한방을 쓰면 번잡함에 괴로움을 느껴 고민한다. 자유로운 가정 분위기에 부모의 무관심을 탓하고, 지나친 간섭(?)에는 오히려 자유로운 분위기를 갈망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심정이며, 심각함이다. 그러나 지금의 성인들도 자라는 과정에서는 한결같이 이와 같은 일들을 경험하며 자랐다. 다만 지난 옛 일을 회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잊어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자녀들의 고민이나 걱정이 이러한데 부모인들 묘책이 없다. 그러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고민이나 걱정을 달래려는 생각에는 몇 마디 설교(?)라도 할 양이면 그들은 더 많은 간섭으로 오인한다. 참으로 자녀 교육은 어렵고 힘이 드는 과정이다.
가정 환경상의 고민이나 걱정은 이해를 촉구하려는 것보다는 무시하는 것이 더 교육적일 때가 있다. 다만 열등감에 빠지려는 경향이 엿보이면 설득해야 할 것이다.
사랑에 대한 고민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심각하다.
인간의 사랑은 원천적으로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태어나 곧 일방적인 부모의 희생적 보살핌이 있기를 바라는 것부터가 짝사랑이다. 주변인들에게 무엇이건 기대하고 바라는 생각 자체가 짝사랑의 형태이다. 소년기가 되면서 그들은 평범한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의 감정에서 차츰 이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의 사랑도 주변인에 대한 짝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사랑은 집안 사람, 선생, 선후배 등 이룰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감정은 애달프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과정의 아이들에게 안정과 성실성을 바란다면 깊은 이해와 자상한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평생을 함께 할 이성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실험 단계가 바로 이 때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장래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들을 나름대로 세운다.
올바른 이성관을 심어 주어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고민과 걱정 그리고 비밀에 대해 기탄 없는 심층적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환상적 공격심에 의한 죄의식에서 오는 고민과 비밀도 있다.
성장 과정에서의 넘치는 정열을 소모할 곳을 찾지 못해 갈팡 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늘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자칫 막연한 공격심의 발동에 휩싸이게 될 때가 있다. 공연히 동생을 괴롭히고, 때려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른들을 골탕 먹이고 싶을 때가 있다. 남이 잘못을 저질러 괴로워하는 모습을 엿보려는 소극적 공격심이 있는가 하면, 타인을 중상 비방하고 괴롭히려는 적극적인 공격심도 있다. 스스로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을 해 놓고 죄의식을 느끼며, 번뇌하는 이중적 경향을 갖는다.
이상의 일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며 자란다. 특정한 몇 사람만의 경험이 아니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찌되었건 성장하는 아이들의 심성을 곱고 바르게 하기 위한 교육적 배려는 그들의 솟구치는 정열을 배출하는 건전한 출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정기적인 신체운동, 친구들과의 건전한 친교, 봉사활동 등과 같은 승화된 일, 독서의 생활화 일기 쓰기 등 바람직한 일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