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으로 멀리 돌아 원했던 전원에 15년만에 안착 했다. 집과 정원을 직접 설계하고 짓고 가꾸기 2년, 바쁘고 고된 세월을 보냈다.여기까지 오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의 격려와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또한 물심 양면으로 도와준 친척,친구,제자들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전원생활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 보다 많이 힘들고 버겁다. 그러나 아침 저녁 새 지져귀는 소리,한낮의 싱그러운 바람소리, 졸졸 흐르는 물소리 말고는 고요하기 그지 없는 적막강산 같은 이런 전원에서 사랑하는 가족, 특히 귀여운 손녀 손자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재롱을 보는 기쁨과 이웃, 친지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는 즐거운으로 남은 여생을 마치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월
금년 여름은 무덥고 장마가 오랫동안 이어진 탓인지 정원과 텃밭, 집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관리가 무척 힘들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뽑아내고 돌아서면 어느새 보란 듯이 돋아나고 잔디도 무성하게 자라 몇 차례 깎아 주느라 아침저녁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딱히 할 일 없는 사람에게 빈둥거리며 무의미한 시간 보내지 말고 몸을 열심히 움직여 건강하게 살라는 깨우침으로 알고 정성들여 정원과 텃밭을 가꾸었다. 전원생활이란 어찌 보면 잡초와의 전쟁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풀꽃도 꽃이다 는 말처럼 이름 모를 잡초에서 피는 풀꽃을 두고 보면 될 것을 뽑아내려 그 고생하느냐고 반문 하겠지만 방치하면 잔디와 조경수, 그리고 아름다운 꽃까지 잡초에 묻혀 자라지 못해 정원을 망치게 된다. 그래서 잡초와 전쟁을 치른다. 말끔하게 잡초를 제거하고 고된 몸을 한잔의 막걸리로 달래며 말끔해진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성취감은 물론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돈 된 것 같아 상쾌하다. 가끔 내방한 친지들은 잔디와 텃밭을 깨끗하게 가꾸어 잘 조화 되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가꾸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허리 아파하는지 그들은 짐작조차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절기는 무시 할 수 없는지라 처서와 백로를 지나고 부터는 잔디와 잡초가 잘 자라지 않아 여름처럼 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어 요즈음은 몸과 마음이 한결 여유가 있고 편해 졌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은 무료하고 권태롭기도 하다. 읍에 나가 영화도 보고 서점에서 들러 책도 사고 5일장에는 장 구경도 하고 가끔 고물 경매장에 들러 쓸 만한 물건이 없나 기웃거리며 무료함을 달래 보지만 매일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가끔씩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이곳저곳 정리하며 쓸고 닦는 청소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 볼륨을 높여 집안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한 다음 흥얼거리고 따라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크게 볼륨을 높이고 소리 높여 불러도 주위에 소음 방해를 주는 일이 없으니 전원에서 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가끔 젊은 시절 즐겨 듣던 노래 ‘내 님은 누구일까’ 로 시작되는 ‘호반의 벤치‘ ’빨간 구두 아가씨‘ ’사람이 메아리 칠 때‘와 같은 노래는 사춘기 때의 설렘을 떠올리게 하고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로 시작되는 ’산장의 여인‘과 ’하숙생 같은 노래는 마치 지금의 내 심정을 노래하는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지만 음악을 들으면 답답했던 마음이 열리고 스트레스가 해소 되어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내게 음악은 삶의 활력소 이다.
시간의 흐름이 참 빠르다. 새해가 시작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 세월의 무상함과 이 나이에 다 내려놓아야 됨을 알지만 퇴직 후 무기력한 삶에 좌절하고 세월의 흐름에 초조해 하는 것은 아직도 세상에 미련이 남아서 인지 모를 일이다. 아함경에 ‘흘러간 과거를 뒤쫓지 말라. 오지도 않은 미래를 갈구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린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그러므로 현재의 일을 있는 그대로 흔들리지 말고 보아야 한다.’ 했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과거에 집착한다. 과거의 행, 불행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반추 한다. 한편으로는 돌아오지도 않은 미래를 예견하며 남은 인생을 예단하고 서글퍼 하고 체념 한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오지도 않은 미래에 집착하는 것은 다 부질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현재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할 일 없는 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컴퓨터도 배우고, 역사나 고전도 공부 해 보자. 스마트폰 또한 전화 받고 사진 찍고 문자메시지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활용도도 높이려는 노력을 해보자. 스마트폰으로 각종 공과금 납부는 물론 이체가 가능하고, 현금처럼 상거래 결제를 할 수 있는데도 어렵고 복잡을 이유로 기피하면 다가올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목표를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라는 교훈을 마음에 새겨 두자. 이상과 목표가 꼭 거창 할 필요는 없다. 요가나 명상, 인문학 탐구, 악기, 서예, 배우기, 사회봉사에 목표를 두고 성취하기 위해 매진 해 보자. 요즈음 100세 시대란 말을 자주 사용 한다. 우리가 맞게 될 4차혁명시대의 급속한 사회 변화와 인공지능으로 많은 분야가 대체되고 가족과 사회 공동체가 약화 되어 전통적 인간관계를 기대 할 수 없는 사회로 변모할 미래에 대처 할 준비가 되어 100세 까지 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출산율은 낮아져 미래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작지만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재직 시 젊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그들의 앞날을 위해 열정을 바쳤듯이 은퇴 후라도 결코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으로 제2의 인생을 찬란하게 열어가길 소망 한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갑다.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정원의 나무도 짚으로 가려 주고 텃밭 작물도 정리하면서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긴 겨울을 알차게 보낼 계획 세우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